목차
당신도 이 논쟁 속에 있나요?
왜 우리는 이 질문을 멈추지 않을까?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마음 한구석이 쿵 내려앉는다.
영화 속 차가운 눈빛의 살인마나, 뉴스에서 보이는 무감각한 범죄자가 떠오른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혹시 내 안에, 내 가족 안에 그런 기질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당신도 그런 적 있지 않나?
가족 모임에서 누가 감정을 잘 안 드러내면, 농담 삼아 "혹시 사이코패스 유전자 있나?" 하고 웃다가도 찜찜함이 남는다.
특히 우리 집에서 아빠의 화를 보며 자라면서, 그게 유전인지, 아니면 내가 배운 건지 늘 궁금했다.
사이코패스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걸까, 아니면 살면서 만들어지는 걸까?
이 질문은 수십 년간 ‘본성 vs 양육’이라는 이름으로 싸워왔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파헤쳐 봤다.
유전학, 뇌과학, 그리고 환경이 얽힌 이 복잡한 퍼즐을.
이 글을 읽고 나면, 적어도 그 찜찜함이 좀 덜어질 거다.
혹은, 당신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줄지도.
유전과 환경, 끝없는 줄다리기
논쟁의 시작: 본성인가, 양육인가?
사이코패스를 둘러싼 논쟁은 꽤 오래됐다.
19세기부터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행동이 타고난 본성(nature) 때문인지, 자라온 환경(nurture) 때문인지 치열하게 싸웠다.
한쪽은 이렇게 말했다.
“사이코패스는 뇌가 다르게 태어났어요. 유전자에 이미 새겨진 거죠.”
다른 쪽은 반박했다.
“아니요,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이 없었으면 그렇게 안 됐을 겁니다.”
솔직히 둘 다 일리 있어 보인다.
나도 아빠의 성격이 유전됐을 거라 생각한 적도 있고, 그걸 집에서 배웠다고 느낀 적도 있다.
근데 이 논쟁,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2025년 기준으로 과학은 이 줄다리기가 끝난 게 아니라, 두 손이 서로 얽혀 있다는 걸 보여준다.
유전은 사이코패스 성향의 씨앗을 줄 수 있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쌍둥이 연구(2019, Behavior Genetics)는 반사회적 행동의 40~60%가 유전과 관련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씨앗이 싹트려면 환경이라는 토양이 필요하다.
학대를 겪은 아이들은 사이코패스 성향이 3배 더 높게 나타난다.
그러니까 이건 대립이 아니라 협력의 문제다.
유전과 환경이 손잡고 사이코패스를 만들어낸다고 보면 된다.
“본성은 악보를 주지만, 양육이 그걸 연주한다.” - 개인적인 통찰
이 비유, 꽤 마음에 들지 않나?
뇌과학과 유전학이 밝힌 충격적인 단서
유전자 속 숨겨진 이야기
유전학은 사이코패스 퍼즐의 큰 조각이다.
특히 MAOA 유전자라는 녀석이 주목받는다.
‘전사 유전자’라는 별명답게, 이건 세로토닌을 분해해서 공격성과 충동성을 조절한다.
MAOA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폭력적 행동을 보일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유전자만으로는 사이코패스가 안 된다는 거다.
연구는 이렇게 말했다.
“MAOA 변이가 있어도 어린 시절 학대가 없으면 별 문제 없어요.”
또 다른 유전자, SLC6A4도 있다.
이건 세로토닌 수송체를 담당하는데, 감정 조절과 관련이 깊다.
2024년 PubMed 연구에서 SLC6A4 변이가 사이코패스 성향과 연관이 있다고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도 환경이 중요하다.
정서적 결핍이나 방임을 겪으면 이 유전자가 더 강하게 작동한다.
나도 이걸 읽으면서 생각했다.
“그럼 유전자는 스위치고, 환경이 그걸 켜는 거네?”
실제로 2024년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메타 분석은 유전-환경 상호작용이 핵심이라고 결론 내렸다.
유전적 취약성이 있어도, 사랑받고 자라면 그 스위치가 켜질 일이 적다.
이쯤 되니 좀 안심이 된다.
우리의 DNA가 운명을 전부 결정짓는 게 아니니까.
| 유전자 | 기능 | 사이코패스 연관성 |
|---|---|---|
| MAOA | 세로토닌 분해, 충동성 조절 | 변이 시 폭력성 증가 |
| SLC6A4 | 세로토닌 수송, 감정 조절 | 변이 시 정서 불안정 |
사이코패스의 뇌는 어떻게 다른가?
뇌 속을 들여다보다
뇌과학은 이 논쟁에 또 다른 빛을 비춘다.
솔직히 MRI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뇌가 다르면 진짜 무섭겠다” 싶었다.
근데 자세히 보니 무섭다기보단 신기했다.
사이코패스의 뇌는 몇 가지 부위에서 다르다.
전전두엽 피질은 충동 조절과 도덕적 판단을 맡는다.
한국인 수감자 200명을 스캔했더니, 이 부위의 활동이 낮았다.
편도체는 감정을 느끼는 곳인데, 사이코패스는 여기가 둔감하다.
다른 사람이 울어도 별 반응이 없다.
편도체 활성 감소가 공감 부족과 직결된다고 했다.
변연계도 문제다.
감정과 보상을 처리하는 이 시스템이 비정상이면, 냉담함이나 충동성이 생긴다.
이런 차이는 유전에서 시작될 수 있다.
태아기 스트레스 호르몬 노출이 뇌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환경도 빠질 수 없다.
어린 시절 폭력적 환경은 뇌를 더 예민하거나 둔감하게 만든다.
나도 궁금했다.
“그럼 뇌 사진으로 사이코패스를 알 수 있나?”
전문가 말은 단호했다.
“뇌는 사람마다 달라요. 한 장의 사진으로 판단할 순 없죠.”
이 말에 위안이 됐다.
우리는 뇌 구조로만 정의되지 않으니까.
상호작용의 춤, 그리고 우리의 선택
가정에서 피어나는 씨앗
유전이 씨앗이고 환경이 토양이라면, 이 둘은 춤을 춘다.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집은 좀 혼란스러웠다.
아빠가 화를 내면 나도 따라 화를 냈다.
그게 유전인지, 배운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 영향을 줬다.
연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부정적인 양육 환경—폭력, 방임, 부모의 반사회적 행동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키운다.
학대받은 아이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사랑과 지지를 받은 아이들은 유전적 위험 요소가 있어도 덜 드러난다.
영국 Lancet Psychiatry(2022)의 장기 연구는 이걸 증명했다.
사이코패스 성향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 70%가 안정적 가정에서 자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이건 희망적인 이야기다.
유전이 강력해도 환경이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거.
물론 완벽하진 않다.
좋은 환경에서도 냉소적이 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이 춤의 모양은 예측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발을 어디에 내딛느냐는 선택할 수 있다.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
두려움 대신 이해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이 글을 쓰면서 나도 혼란스러웠다.
사이코패스가 유전인지, 환경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답은 간단하지 않다.
MAOA나 SLC6A4 같은 유전자가 씨앗을 뿌리고, 뇌 구조가 그 토대를 만들지만, 환경이 물을 주고 햇빛을 준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가족 중에 이상한 사람이 있으면, “유전인가?” 걱정하기 전에 먼저 대화를 나눠보자.
나 자신에게서 그런 기질이 느껴진다면?
일기를 써보거나 전문가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화가 날 때마다 끄적이다가 마음이 풀리곤 한다.
당신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그 불완전함이 우리를 사람답게 한다.
사이코패스든 아니든,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거다.
오늘,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봐주자.
그게 내가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