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깜빡임'과 작별하는 법: 기억력 관리 실전 전략
머릿속 지우개와의 전쟁: ADHD, 왜 자꾸 깜빡할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를 가진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흔히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깜빡임'이다.
머릿속에 지우개라도 달린 듯, 방금 들은 이야기나 해야 할 일을 순식간에 잊어버리는 경험은 당혹감을 넘어 자괴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부주의해서가 아니라, ADHD의 핵심 증상인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의 어려움과 관련이 깊다.
특히 작업 기억(Working Memory), 즉 정보를 잠시 붙잡아두고 처리하는 능력의 저하가 잦은 건망증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화 중 맥락을 놓치거나, 물건을 어디 뒀는지 기억하지 못하거나, 중요한 약속이나 마감일을 잊는 등 그 양상은 다양하다.
이러한 반복적인 망각은 학업, 업무, 대인관계 등 삶의 여러 영역에 걸쳐 상당한 불편과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좌절하기엔 이르다.
ADHD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전략을 활용한다면, 이 '깜빡임'과의 전쟁에서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핵심은 완벽한 기억력이 아니라, 효과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아차!'를 막는 첫걸음: 외부 시스템 적극 활용법
기억력 자체에만 의존하기보다, 외부의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ADHD 건망증 관리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뇌의 부족한 작업 기억 용량을 보완해 줄 나만의 '외부 저장 장치'를 만드는 셈이다.
기록의 힘: '쓰는' 행위의 중요성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바로 기록이다.
해야 할 일, 약속, 떠오르는 아이디어 등을 즉시 적어두는 습관은 망각의 덫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쓰느냐이다.
여기저기 흩어진 메모는 나중에 그 메모의 존재 자체를 잊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기록 도구를 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마트폰 메모 앱, 다이어리, 플래너, 심지어 집 안 특정 장소에 고정된 화이트보드 등 자신에게 가장 잘 맞고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해야 한다.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면, 공용 공간의 화이트보드나 큰 달력에 중요한 일정(예: 가족 행사, 공과금 납부일)을 눈에 띄게 표시하고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핵심은 '항상 확인하는 곳'에 '일관되게' 기록하는 습관이다.
망각 방지턱: 알람과 알림 설정
ADHD가 있는 이들에게 스마트폰 알람과 알림 기능은 필수적인 조력자다.
단순히 아침 기상용을 넘어, 일상 곳곳에 '망각 방지턱'을 설치하는 역할을 한다.
약 복용 시간, 업무 시작/마감 시간, 약속 시간 미리 알림 등 잊기 쉬운 일들에 대해 반드시 알람 또는 알림 설정을 해두는 것이 좋다.
주의할 점은 알람 소리에 익숙해져 무시하게 되는 경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알람 소리를 변경하거나, 다소 자극적인 소리나 문구(예: '지금 바로 약 먹을 시간!')로 설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반복 알람 기능은 필수이며, 중요한 일이라면 여러 번 울리도록 설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음성 비서(시리, 빅스비 등)를 활용해 "내일 오후 3시 회의 알림 설정해줘" 와 같이 말로 즉시 일정을 등록하는 것도 편리한 방법이다.
체계적 관리: 목록 작성 활용
해야 할 일이 많거나 복잡할 때는 무작정 적기보다 '목록'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목록은 정보를 구조화하여 빠뜨리는 것을 방지하고, 완료된 항목을 체크하며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아침 준비, 약 챙기기 등), 장보기 목록, 주간 업무 리스트 등 큰 카테고리별로 목록을 나누어 관리하면 훨씬 체계적이다.
최근에는 노션(Notion)과 같은 생산성 앱을 활용하여 디지털 목록을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찾아 할 일을 시각적으로 구조화하고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시 포착: 음성 메모 활용
메모할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나중에 써야지 하고 미루다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면 음성 메모 기능을 활용해보자.
떠오른 생각이나 할 일을 즉시 스마트폰에 녹음해두는 것이다.
녹음된 내용은 나중에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다시 들으며 정리하고, 필요한 경우 정식 메모나 일정으로 옮길 수 있다.
특히 이동 중이나 다른 작업 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유용하다.
뇌를 속이는 기억술: 인지 전략으로 망각 넘어서기
외부 도구의 도움을 받는 것과 더불어, 기억력 자체를 향상시키기 위한 인지 전략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정보를 뇌에 더 효과적으로 입력하고 인출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다중 감각 활용: 말하고 쓰며 각인하기
정보를 기억할 때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면 기억 효율이 높아진다.
단순히 눈으로 읽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거나 직접 손으로 써보는 과정이 기억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이는 시각적 정보(읽기), 청각적 정보(듣기, 말하기), 촉각적 정보(쓰기)가 함께 입력되어 뇌에 여러 경로로 기억 단서를 남기기 때문이다.
중요한 내용을 암기해야 할 때, 자신만의 언어로 요약해서 적어보고, 그것을 다시 소리 내어 읽으며 외우는 방식은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다.
연결고리 만들기: 시각적 연상 기법
기억해야 할 정보를 생생하고 독특한 시각적 이미지와 연결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기억 전략이다.
추상적인 정보(예: 숫자, 이름, 할 일)를 구체적이고 때로는 과장되거나 기이한 이미지로 변환하여 기억하는 방식이다.
'수도 요금 납부'를 기억해야 한다면, 수도꼭지에서 돈다발이 콸콸 쏟아져 나와 강물처럼 은행으로 흘러가는 황당한 장면을 상상해볼 수 있다.
'동물병원 전화해서 약 타기'라면, 거대한 호랑이가 약봉지를 물고 병원 간판 앞에서 포효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식이다.
핵심은 연관성 있으면서도 평범하지 않고 강렬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시각 정보와 언어 정보를 함께 부호화하면 기억 인출 단서가 풍부해져 나중에 떠올리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기억력 방해 요인 제거: 차분함과 되짚기의 힘
불안하거나 당황하면 평소 잘 기억하던 것도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특히 ADHD가 있는 경우,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더해져 이러한 상황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의 차분함을 유지하는 것은 기억력 관리의 중요한 부분이다.
무언가를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자책하거나 당황하기보다 잠시 멈춰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연습이 필요하다.
주차장에서 차를 어디에 세웠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 "맙소사, 또 잊어버렸어!"라고 외치며 허둥대는 대신, 차분하게 마지막 동선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어제 퇴근하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갔지. 입구에서 가까운 기둥 근처였던 것 같아." 와 같이 마지막 기억부터 차근차근 순서대로 되짚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흥분 상태에서는 기억 인출 과정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어렵다.
차분한 상태에서 기억의 실마리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막혀있던 기억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자주 묻는 질문 (Q&A)
A 단 하나의 기록 도구를 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스마트폰 앱이든 특정 노트든, 항상 확인하는 한 곳에만 일관되게 기록하고, 그 장소를 기억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A ADHD의 경우 기억력 '훈련'보다는 '관리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이 글에서 소개된 외부 도구 활용, 다중 감각 활용, 시각적 연상 기법, 차분함 유지 및 되짚기 등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기억력 문제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A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습관으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만약 건망증 문제가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면, 전문가(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와 상담하여 보다 전문적인 평가와 도움을 받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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