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공황장애를 겪었습니다: 터널 끝에서 찾은 현실적인 극복 방법들
어둠 속 터널 같던 시간, 공황장애와의 첫 만남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세상이 빙빙 도는 느낌.
네, 저도 겪었습니다.
처음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저는 정말 이대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마치 예고 없이 맞닥뜨린 어둠 속 터널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포감에 휩싸였죠.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내가 이상한 건가?', '나만 왜 이러지?' 하는 생각에 괴로워했을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운전대를 잡기가 두려워지고, 꽉 막힌 터널이나 다리 밑을 지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익숙한 건물조차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비현실적인 공포에 시달리기도 했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의 어려움 속에서, 저는 공황장애라는 이름을 처음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이건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요.
혹시 지금 비슷한 공포와 싸우고 있다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먼저 건네고 싶습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함정 벗어나기
공황 발작이 찾아올 때 가장 무서운 건, 바로 '죽을지도 모른다' 또는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숨쉬기 어려워지면, '이러다 심장마비가 오는 건 아닐까?', '뇌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죠.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공황 발작 자체만으로는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극도로 고통스럽지만, 심장이 마비되거나 뇌졸중이 오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건 의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지만, 이성적으로 계속 되새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생각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가 실제로 해본, 그리고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최악의 상황 상상하기'였습니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인지행동치료에서 말하는 '인지 재구조화'의 한 방법입니다.
'그래, 버스에서 공황 발작이 왔다고 치자.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은 뭘까?
기껏해야 다음 정류장에서 허둥지둥 내리는 거겠지.
사람들이 좀 쳐다볼까?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나를 죽게 만들거나 내 인생을 망치진 않아.' 이렇게요.
막연한 공포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겁니다.
내가 정말 죽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거의 0에 가깝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불안감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죽을 것 같다'는 자동적인 공포 반응에 '아니야, 이건 그냥 공황 증상일 뿐이야'라고 반박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공황 증상이 나타났을 때의 신체 증상, 생각, 행동을 구체적으로 기록해보세요.
그리고 그 '생각'이 정말 현실적인지,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겁니다.
'이 생각이 사실일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 '이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는 무엇이고, 그게 정말 감당 불가능한 일일까?' 하고요.
꾸준히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 나만의 '도장 깨기' 노하우
공황장애를 겪다 보면 특정 장소나 상황을 피하게 됩니다.
저 역시 버스, 지하철, 엘리베이터, 심지어 사람이 많은 쇼핑몰까지 회피 목록에 올랐었죠.
피하는 것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결국 세상을 점점 더 좁게 만들 뿐입니다.
이 회피의 고리를 끊는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노출 요법'입니다.
말 그대로, 내가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 점진적으로 나를 노출시키는 거죠.
저는 이걸 '도장 깨기'라고 불렀습니다.
게임처럼, 가장 쉬운 단계부터 하나씩 클리어해 나가는 겁니다.
저만의 '도장 깨기' 방식은 이랬습니다:
- 1단계: 불안 목록 작성 및 점수 매기기
내가 불안을 느끼는 모든 상황을 적어봅니다.
(예: 버스 타기, 혼자 쇼핑몰 가기, 엘리베이터 타기 등) 그리고 각 상황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의 정도를 0점(전혀 불안하지 않음)부터 10점(극도로 불안함)까지 점수를 매깁니다. - 2단계: 가장 만만한 것부터 도전!
점수가 가장 낮은, 즉 가장 덜 불안한 상황부터 도전합니다.
제 경우엔 '사람이 조금 많은 거리 10분 걷기'(3점) 같은 것이었죠.
성공하면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미션 클리어!'를 외칩니다. - 3단계: 점진적으로 난이도 올리기
낮은 단계의 불안에 익숙해지면, 점차 높은 점수의 상황에 도전합니다.
'사람 많은 가게에서 줄 서기'(5점), '쇼핑몰에서 30분 동안 쇼핑하기'(7점) 처럼요.
중요한 건, 절대 한 번에 너무 높은 단계로 뛰어넘지 않는 것입니다.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 4단계: 실패해도 괜찮아
도중에 불안감이 너무 커져서 포기하게 되더라도 괜찮습니다.
실패가 아닙니다.
그 또한 과정의 일부입니다.
다시 이전 단계로 돌아가거나, 잠시 쉬었다가 재도전하면 됩니다.
저도 수없이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나아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이 '도장 깨기' 과정은 분명 두렵고 힘든 시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저처럼요.
지금은 비행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장소를 자유롭게 다닙니다.
비행기도 곧 '도장 깨기' 목록에 추가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발작의 파도가 밀려올 때: 3가지 현실적인 응급처치법
인지 재구조화나 노출 요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하지만, 당장 공황 발작의 파도가 밀려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론은 알겠는데, 지금 당장 죽을 것 같단 말이야!' 하는 순간들이 있죠.
저도 그런 순간들을 위해 몇 가지 응급처치법을 연습했고, 실제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1. 복식 호흡: 숨을 길게, 배로 쉬세요
공황 발작 시 우리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게 됩니다(과호흡).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오히려 어지러움과 공황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몸속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이 빠져나가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핵심은 '천천히, 깊게, 배로' 숨 쉬는 것입니다.
- 연습 단계: 평소에 한 손은 가슴에, 다른 한 손은 배(배꼽 위 3cm 정도)에 얹고 배만 볼록 나왔다 들어갔다 하도록 숨 쉬는 연습을 합니다.
가슴의 손은 거의 움직이지 않아야 합니다.
생각보다 어려우니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 실전 단계 1 (천천히): 익숙해지면, 코나 입으로 편안하게 숨을 쉬되, 내쉴 때 아주 천천히 내쉬는 데 집중합니다.
들이쉬는 것보다 내쉬는 것을 더 길게 하려고 노력해보세요. - 실전 단계 2 (숫자 세기 + 명상): 숨을 들이쉴 때 마음속으로 '하나', 내쉴 때 '편안하다'라고 되뇌어 봅니다.
'둘', '편안하다', '셋', '편안하다'...
이렇게 열까지 세고, 다시 아홉, 여덟...
하나까지 내려옵니다.
하루 두 번, 10분씩만 투자해도 실전에서 큰 힘이 됩니다.
2. 그라운딩 기법: 현재 감각에 집중하세요
불안이 극심해지면 현실 감각이 무뎌지기 쉽습니다.
그럴 때 '지금, 여기'의 현실로 나를 끌어오는 것이 그라운딩 기법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주변의 감각 정보에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겁니다.
- 보이는 것 3가지: 눈앞에 보이는 사물 3가지의 이름, 색깔, 모양을 자세히 관찰합니다.
(예: '파란색 표지의 책', '나무 무늬 책상', '창밖의 흔들리는 나뭇잎') - 들리는 소리 3가지: 귀에 들리는 소리 3가지에 집중합니다.
(예: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내 숨소리', '시계 초침 소리') - 느껴지는 감촉 3가지: 내 몸이 느끼는 감촉 3가지를 찾아봅니다.
(예: '발바닥이 닿는 바닥의 단단함', '손에 쥔 휴대폰의 차가움', '옷의 부드러운 감촉')
저는 특히 발바닥이 땅에 단단히 닿아있는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불안감에 붕 뜨는 마음을 땅으로 끌어내리는 기분이랄까요?
이 감각 찾기 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불안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3. 점진적 근육 이완법: 긴장했다 풀었다, 몸을 통제하세요
공황 발작 시에는 나도 모르게 몸의 근육이 잔뜩 긴장합니다.
이 긴장을 의식적으로 풀어주는 것이 이완 요법입니다.
또한, '내 몸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되찾게 해 주어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 주먹을 5초간 가볍게 쥐었다가 15초간 완전히 힘을 빼고 폅니다.
- 팔을 어깨 높이로 5초간 올렸다가 15초간 힘을 빼고 툭 떨어뜨립니다.
- 어깨를 귀 쪽으로 5초간 으쓱 올렸다가 15초간 힘을 빼고 내립니다.
주의할 점은 힘을 줄 때 너무 과하게 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살짝 긴장감을 주는 정도면 충분하고, 핵심은 힘을 뺄 때(이완) 그 편안한 느낌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긴장과 이완의 대비를 느끼며 몸의 통제권을 되찾아 보세요.
애쓰지 않기, 그리고 괜찮다고 말해주기
공황 발작이 오면 어떻게든 빨리 벗어나고 싶고, 이겨내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 마음, 너무나 잘 압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발작 증상 자체와 싸우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불안해지고 증상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어렵겠지만, '아, 또 왔구나.
이건 공황 발작이고, 고통스럽지만 결국 지나갈 거야.'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때로는 더 빨리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쓸려나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기는 거죠.
발작과 싸우는 대신, 앞서 배운 호흡법이나 그라운딩 기법을 사용하며 파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혼잣말처럼요.
"괜찮아, 괜찮아.
이건 곧 끝날 거야.
절대 잘못되지 않아.
" 이렇게 소리 내어 말해보세요.
우리가 내뱉는 말은 가장 먼저 우리의 귀로 들어와 뇌에 각인됩니다.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말로 내뱉는 것이 훨씬 강력한 안정 효과를 준다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스스로에게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 주세요.
공황장애 극복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습니다.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고, 때로는 잠시 멈추거나 뒤로 물러설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공유한 경험과 방법들이 여러분의 여정에 작은 등불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A 전문가의 도움(인지행동치료, 필요시 약물치료)은 분명 효과적이고 빠른 길을 안내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오늘 말씀드린 인지 재구조화, 노출 연습, 응급 대처법 등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호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증상이 심하거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합니다.
혼자 힘들어하기보다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A '완치'라는 개념보다는 '관리'나 '회복'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완전히 사라져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약 없이 몇 년간 잘 지낸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나 특정 상황에 의해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재발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이전에 효과를 보았던 대처법들을 다시 적용하고 필요하면 다시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극복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재발은 실패가 아니라, 다시 관리 방법을 점검할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A 사람마다 효과적인 방법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불안 일기' 쓰기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불안했던 상황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때 느꼈던 감정, 떠올랐던 생각, 그리고 그 불안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혹은 해소되었는지)를 소설처럼 묘사해보는 겁니다.
감정을 객관화하고 패턴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안전 장소 시각화' 연습입니다.
평소에 내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장소(실제든 상상이든)를 아주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연습을 해두고,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그 장소로 순간 이동하는 상상을 하는 겁니다.
감각(소리, 냄새, 촉감 등)까지 동원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극복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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