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 코로 '흡입'하는 시대? 스프라바토(에스케타민) 집중 분석
우울증 치료하면 흔히 먹는 약이나 상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제껏 익숙했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코에 직접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의 우울증 치료제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스프라바토(Spravato), 성분명으로는 에스케타민(Esketamine)입니다.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코로 뿌리는 약?', '마취제 성분이라던데?' 하는 생소함과 걱정도 따릅니다.
과연 스프라바토는 어떤 약일까요?
이 글에서는 스프라바토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뇌세포 회복? 먹는 약과 다른 스프라바토의 작동 방식
스프라바토의 핵심 성분인 에스케타민은 사실 케타민(Ketamine)이라는 약물의 '쌍둥이 형제' 같은 존재입니다.
케타민은 원래 마취나 진통 목적으로 사용되던 약물인데, 마취에서 깨어난 환자들의 기분이 의외로 좋아지는 현상이 관찰되면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케타민 성분은 우울증으로 손상된 뇌 신경세포(뉴런) 사이의 연결(시냅스)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연결을 촉진하는, 이른바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기존의 많은 항우울제가 주로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조절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 방식입니다.
스프라바토는 뇌의 NMDA 수용체라는 곳에 작용하여 신경세포의 성장과 연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예: BDNF)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단순히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넘어, 우울증으로 약해진 뇌 신경망 자체를 복구하고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케타민을 주사로 직접 사용하는 것은 환각이나 혈압 상승 같은 부작용 위험과 오남용 우려가 컸습니다.
그래서 케타민의 여러 형태 중 특정 부분(S-이성질체)만을 이용하여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유지하도록 개발한 것이 바로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의 에스케타민, 즉 스프라바토입니다.
"효과 없다", "너무 힘들다" 할 때: 스프라바토는 언제 필요할까?
스프라바토는 모든 우울증 환자에게 첫 번째로 권장되는 치료법은 아닙니다.
이 약이 가진 특별한 장점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1. 치료 저항성 우울증 (TRD, Treatment-Resistant Depression)
이것이 스프라바토가 허가받은 가장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치료 저항성 우울증이란, 충분한 용량과 기간 동안 최소 두 가지 이상의 다른 경구용 항우울제 치료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 증상이 만족스럽게 개선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기존 약물들과 작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전 치료에 반응이 없었던 환자들에게서도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여러 열쇠로도 열리지 않던 자물쇠를 새로운 형태의 열쇠로 시도하는 것과 같습니다.
- 치료 저항성 우울증 (TRD)
-
두 가지 이상의 각기 다른 계열의 항우울제를 적절한 용량으로 충분한 기간 동안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전체 우울증 환자의 약 1/3 정도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빠른 효과 발현 속도
일반적인 경구 항우울제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보통 2주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스프라바토는 코 점막을 통해 빠르게 흡수되어, 이르면 수 시간에서 24시간 이내에도 우울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물론 "기다릴 수 있다"면 괜찮지만, 우울 증상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극도로 어렵거나, 절망감 속에서 빠른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경우, 이 빠른 효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단, 국내에서는 주로 TRD 환자에게 사용 승인되었습니다.)
빛과 그림자: 스프라바토의 잠재적 부작용과 안전 관리 수칙
새로운 방식과 빠른 효과만큼이나, 스프라바토 사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관리 방법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약에는 명암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스프라바토의 주요 잠재적 부작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혈압 상승: 투여 후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보통 투여 후 약 40분 경에 최고치에 도달하며, 대부분 2시간 이내에 정상 범위로 돌아옵니다.
따라서 치료 전후 혈압 측정이 필수적입니다. - 해리 증상 (Dissociation): '나'와 주변 환경이 분리된 듯한 느낌, 비현실감, 시간이나 공간 감각의 혼란 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마치 술에 취하거나 꿈꾸는 듯한 느낌과 유사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대부분 일시적이며, 치료 후 관찰 시간 동안 호전됩니다. - 진정 작용 / 졸음: 치료 후 졸리거나 멍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며, 이 때문에 치료 당일에는 운전이나 위험한 기계 조작을 해서는 안 됩니다. - 기타: 어지러움, 메스꺼움, 두통, 불안감 등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요: 안전한 치료를 위한 병원 내 관리
이러한 부작용 가능성 때문에 스프라바토는 반드시 의료기관 내에서 투여해야 하며, 투여 후 최소 2시간 동안 의료 전문가의 관찰 하에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혈압과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집에서 혼자 사용하거나 처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절대 아닙니다.
물론 코에 뿌리는 방식은 주사제보다 전신 흡수율이나 속도를 조절하여 부작용 위험을 낮추었지만, 여전히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합니다.
넘어야 할 현실의 벽: 스프라바토 가격과 국내 사용 현황
스프라바토는 분명 혁신적인 치료법이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합니다.
바로 비용 문제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스프라바토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라는 점입니다.
즉, 약값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스프레이 한 통(28mg 기준) 가격이 약 40만원 선이며, 한 번 치료 시 보통 두 통을 사용합니다.
이를 권장되는 치료 일정(예: 첫 4주간 주 2회)에 따라 계산하면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합니다.
(정확한 비용은 병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치료를 고려한다면 해당 의료기관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스프라바토는 신약이며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치료 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와 별개로, 경제적인 부담이 치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2020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경구용 항우울제와 병용하여 성인의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도록 허가되었습니다.
하지만 허가 자체와 별개로 높은 비용 때문에 실제 처방과 치료는 아직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효과적인 신약이 개발되어도 현실적인 비용 문제로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받기 어려운 상황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앞으로 급여 적용 논의나 약가 조정 등을 통해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A 스프라바토는 케타민과 관련된 약물이지만, 의료 전문가의 엄격한 관리 하에 정해진 용량과 횟수로 사용될 때 의존성이나 중독 위험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병원에서만 투여하고 관리하므로 오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우려된다면 반드시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야 합니다.
A 스프라바토의 효과 지속 시간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초기 집중 치료 기간(예: 첫 4주 주 2회) 후에는 증상 호전 정도에 따라 투여 간격을 점차 늘려가며 유지 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 주 1회, 2주 1회 등).
스프라바토는 단독 치료가 아닌, 기존에 복용하던 경구 항우울제와 함께 사용하는 병용 요법입니다.
치료 중단 시 증상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치료 계획과 기간은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A 모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스프라바토를 처방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프라바토는 투여 후 모니터링을 위한 시설과 인력이 필요하며, 약품 관리 또한 엄격하기 때문에 해당 치료 시스템을 갖춘 병원에서만 가능합니다.
치료를 고려하고 있다면, 먼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웹사이트나 관련 정보를 통해 스프라바토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확인하거나, 현재 진료받는 의사 또는 주변 대학병원급 정신건강의학과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