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약"은 없었다: 식욕억제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경험
다이어트, 정말 지긋지긋하죠.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꿈쩍 않는 체중계 눈금을 보며 좌절하다 보면, 솔직히 '마법의 약'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식욕억제제나 비만 치료제가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를 유혹합니다.
'이번엔 진짜 빠르겠지?', '힘들게 운동 안 해도 되겠지?' 하는 기대감,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주제를 깊이 파고들면서 깨달은 것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냉정한 현실이었습니다.
특히 우리 몸, 그것도 뇌나 호르몬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단순히 '식욕을 줄여주는 약'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이 글은 그런 제 경험적 탐색과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화려한 광고나 단순 후기 너머의 이야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식욕억제제의 두 얼굴을 함께 살펴보시죠.
중요한 점: 이 글에 등장하는 약물 정보는 의학적인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모든 비만 치료제는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 하에, 생활 습관 개선(식단, 운동)과 함께 보조적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임의 복용이나 오남용은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기 TOP 3 파헤치기: 삭센다, 큐시미아, 디에타민의 명암
2022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비만 치료제 삼대장은 바로 삭센다, 큐시미아, 그리고 디에타민(펜터민 성분)이었습니다.
아마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이름일 텐데요.
각 약물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고, 어떤 장점과 치명적인 단점(부작용)을 가졌는지 냉정하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삭센다 (Saxenda, 리라글루티드 성분)
- 작동 방식: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GLP-1 유사체 주사제입니다.
뇌의 포만감 중추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 운동을 느리게 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합니다. - 장점: 향정신성 약물이 아니라 중독성이나 심각한 정신과적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받습니다.
체중 감량 효과도 임상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 단점 (부작용):
- 흔한 부작용: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소화불량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 매우 흔합니다.
(초기에 적응 기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 췌장염 위험이 있으며, 동물 실험에서 갑상선 수질암 발생 위험이 보고되어 갑상선 수질암 병력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금기입니다.
- 불편함 및 비용: 매일 직접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교적 높은 비용이 부담될 수 있습니다.
- 흔한 부작용: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소화불량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 매우 흔합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위장 장애나 갑상선암 가능성 같은 위험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주사'라는 점도 심리적 장벽이 될 수 있죠.
2. 큐시미아 (Qsymia,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
- 작동 방식: 식욕억제 효과가 있는 펜터민과 항경련제 및 편두통 예방 효과가 있는 토피라메이트를 합친 약입니다.
두 성분이 시너지 효과를 내 식욕 억제 및 포만감 증진에 기여합니다. - 장점: 펜터민 단일제보다 적은 용량으로 효과를 내면서 일부 부작용을 줄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교적 장기 처방(최대 2년)이 가능합니다. - 단점 (부작용):
- 펜터민 관련: 불면, 두근거림, 혈압 상승, 불안감, 입 마름 등 펜터민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래 디에타민 부분 참고) - 토피라메이트 관련: 손발 저림(찌릿찌릿함), 미각 변화, 집중력 저하, 어지러움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급성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어 시야 이상 시 즉시 중단해야 하며, 임산부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는 태아 기형 위험으로 금기입니다. - 정신과적 부작용: 드물지만 우울감, 불안, 공황 발작 유사 증상, 심한 경우 자살 충동 등이 보고된 바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 주변에서도 큐시미아 복용 후 극심한 불안감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개인차는 크겠지만요.)
- 펜터민 관련: 불면, 두근거림, 혈압 상승, 불안감, 입 마름 등 펜터민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성분이 합쳐진 만큼, 각 성분의 부작용 위험을 모두 안고 가야 합니다.
특히 토피라메이트의 시력 관련 부작용과 정신과적 부작용 가능성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됩니다.
3. 디에타민 (Dietamin, 펜터민 성분)
- 작동 방식: 대표적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입니다.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 분비를 촉진,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합니다.
쉽게 말해, 뇌를 속여 '비상사태'나 '흥분상태'로 만들어 식욕을 잊게 만드는 원리입니다. - 장점: 식욕 억제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합니다. - 단점 (부작용):
- 중독성 및 내성: 향정신성 약물 특성상 의존성(중독) 위험이 있고, 오래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내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단기(4주 이내, 최대 3개월) 처방을 원칙으로 합니다. - 심혈관계 부작용: 가슴 두근거림, 혈압 상승, 빈맥 등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자는 절대 복용하면 안 됩니다. - 정신과적 부작용: 불면증, 불안감, 초조함, 현기증, 드물게는 망상, 환각, 극단적인 감정 변화(공격성, 우울증)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불안 증상이나 환각 등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 기타 부작용: 입 마름, 변비, 두통, 불쾌감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중독성 및 내성: 향정신성 약물 특성상 의존성(중독) 위험이 있고, 오래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내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펜터민 계열 약물(디에타민, 푸리민 등)은 강력한 효과만큼이나 위험성도 크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잠깐 먹는 건데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절대 금물입니다.
숨겨진 그림자: 토피라메이트, 제니칼 등 예상 못한 부작용 리스트
인기 약물 외에도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다른 약물들이 있습니다.
이 약들도 저마다의 '숨겨진 그림자', 즉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두 가지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1. 토피라메이트 (Topiramate) - 큐시미아의 그 성분, 단독으로도 쓰인다?
앞서 큐시미아의 구성 성분으로 언급된 토피라메이트는 원래 간질, 편두통 예방, 기분 조절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입니다.
식욕 억제 효과가 부수적으로 발견되어 비만 치료에 오프라벨(허가 외 사용)로 처방되거나 큐시미아처럼 복합제로 사용됩니다.
- 주요 부작용 (재강조):
- 시력 문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하여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나 안구 통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시야가 갑자기 좁아지거나 흐릿해지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영구적인 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인지 기능 저하: 집중력 감소, 기억력 문제, 졸림, 어지러움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감각 이상: 손발이나 얼굴 등이 찌릿찌릿하거나 저린 느낌(감각 이상)이 흔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태아 기형 위험: 임신 중 복용 시 태아에게 구순구개열 등 기형을 유발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가임기 여성은 반드시 피임해야 합니다.
- 시력 문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하여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나 안구 통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단순히 식욕 좀 줄여보려다 시력이나 인지 기능, 심지어 미래의 아기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정말 섬뜩하지 않나요?
토피라메이트 성분이 포함된 약을 처방받았다면, 이 위험성을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2. 제니칼 (Xenical, 오르리스타트 성분)
제니칼은 지방 흡수 억제제입니다.
우리가 섭취한 지방의 약 30%가 몸에 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원리입니다.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에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예상 못한(?) 그러나 치명적인 부작용:
- 변실금 (기름 변): 흡수되지 않은 지방이 항문으로 새어 나오는, 이른바 '기름 변' 또는 변실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속옷에 기름 얼룩이 지거나, 심한 경우 방귀를 뀔 때 변이 찔끔 새어 나올 수 있습니다. - 독한 냄새: 배출되는 기름 변의 냄새가 매우 고약하여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기타 위장 장애: 복부 팽만감, 복통, 잦은 방귀,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지용성 비타민 흡수 방해: 지방 흡수를 억제하면서 지용성 비타민(A, D, E, K) 흡수도 방해할 수 있어, 장기 복용 시 비타민 보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변실금 (기름 변): 흡수되지 않은 지방이 항문으로 새어 나오는, 이른바 '기름 변' 또는 변실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변실금이라는 부작용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기름이 샐지 모른다는 불안감,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효과를 위해 이런 위험까지 감수해야 할까요? 저는 솔직히 망설여집니다.
새로운 희망? GLP-1 주사제(위고비 등) 효과와 아직 남은 물음표
최근 몇 년 사이,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주사제가 비만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삭센다(리라글루티드)가 1세대 격이라면, 이후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해도 되는 편리성과 더 강력한 효과를 내세운 약물들이 등장했죠.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위고비(Wegovy, 세마글루티드 성분)'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체중 감량 비결로 언급하며 더욱 유명해진 위고비는, 삭센다와 유사한 원리로 작용하지만 효과는 더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삭센다 평균 8kg 감량 대비 위고비는 14~15kg 감량 효과 보고).
2023년 4월경 한국에서도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있었죠.
(단, 실제 처방 가능 시점이나 공급 상황은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GLP-1 주사제 역시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와 주의해야 할 점들이 남아있습니다.
- 동일한 부작용 우려: 삭센다와 마찬가지로 메스꺼움, 구토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갑상선암 위험성: 삭센다와 동일 계열이므로, 갑상선 수질암 발생 위험에 대한 경고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관련 병력이나 가족력이 있다면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 장기적 안전성 데이터 부족: 비교적 새로운 약물이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했을 때 어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지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새롭다'는 것이 항상 '더 좋다'거나 '더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 높은 비용: 일반적으로 기존 약물보다 비용 부담이 더 클 수 있습니다.
- 근육 감소 가능성: 일부 연구에서는 GLP-1 작용제가 지방뿐 아니라 근육량 감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분명 매력적인 효과를 가진 약물이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장기적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특히 갑상선암 위험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최신 약이라고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알려진 위험과 아직 모르는 위험 모두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어떤 비만 치료제든 '위험 대비 이익'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내가 얻을 수 있는 체중 감량 효과가, 감수해야 할 부작용 위험보다 확실히 크다고 판단될 때, 그리고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관리 하에서만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선택지인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A 네, 특히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의존성(중독) 위험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뇌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약효에 익숙해지면 끊기 어려워지고, 복용량이 늘어나거나 장기 복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반드시 의사의 엄격한 관리 하에 단기간만 사용해야 합니다.
삭센다나 위고비 같은 GLP-1 주사제는 향정신성 약물이 아니므로 중독 위험은 훨씬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A GLP-1 계열 약물의 갑상선 수질암 위험은 주로 동물 실험(설치류)에서 관찰된 결과이며, 사람에게도 동일한 위험이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잠재적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갑상선 수질암 병력이나 다발성 내분비선종증 2형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됩니다.
복용 전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여 위험과 이익을 따져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A '독창적' 방법보다는 '지속 가능한'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단순히 칼로리를 줄이는 대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강한 음식'을 찾아 즐겁게 식단 관리를 하거나, 지루한 운동 대신 댄스나 등산처럼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거죠.
또, 식사 일기를 쓰며 나의 감정과 식욕의 관계를 파악하거나,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건강한 보상'(운동복 구매, 스파 등)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약에 의존하기보다,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에게 맞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그 과정이 때로는 더디고 힘들지라도,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