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아스퍼거 증상 7가지, 자가진단 말고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 이유
혹시 '나는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른 것 같다', '눈치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우셨나요? 이 글은 아스퍼거 증후군(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핵심 증상과 정확한 진단 과정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막연한 불안감을 걷어내고 자신을 이해하는 첫걸음을 내디뎌 보세요.
아스퍼거 증후군, 이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불러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가장 먼저,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바로잡고 시작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여전히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2013년부터 공식적인 의학 진단 기준(DSM-5)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큰 범주에 통합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요?
과거에는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등을 각각 다른 질환으로 보았지만, 연구가 거듭되면서 이들이 증상의 심각도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스펙트럼' 위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빨간색과 주황색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 수많은 색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마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죠. 따라서 이 글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하되, 현재의 공식 진단명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관점에서 설명해 나가겠습니다.
혹시 나도? 아스퍼거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 두 가지는 무엇인가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핵심 증상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바로 '사회적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및 관심사'입니다.
이 두 가지 기둥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서 모습을 드러내는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1. 사회적 의사소통, 왜 그렇게 어렵게 느껴질까요?
사회적 어려움은 단순히 내성적이거나 수줍음이 많은 것과는 다릅니다. 임상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표현합니다.
"마치 모두가 아는 게임의 '암묵적인 룰'이 적힌 설명서를 저만 받지 못한 기분이에요."
이는 다른 사람과 감정을 주고받고, 관계를 맺고, 대화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 데 뇌의 작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 눈 맞춤, 표정, 제스처 등 비언어적 신호 이해의 어려움:
대화 중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거나 상대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읽는 것이 어색하고 힘듭니다. 그래서 '무뚝뚝하다', '관심이 없다'는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 대화의 맥락 파악 및 주고받기의 어려움:
농담이나 비유, 반어법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여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거나, 대화의 흐름과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친구 사귀기 등 관계 형성 및 유지의 어려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것이 서툴러,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데 큰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2. 왜 유독 한 가지에만 깊이 빠져드는 걸까요?
두 번째 기둥은 '제한되고 반복적인 행동 패턴'입니다.
이는 겉으로 보기에 '특이하다'거나 '고집이 세다'고 비칠 수 있지만, 사실은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자신만의 규칙과 질서로 통제하려는 자연스러운 노력의 일부입니다.
- 특정 주제에 대한 강렬한 몰입:
자동차 모델, 공룡, 특정 비디오 게임, 역사 속 인물 등 한 가지 주제에 꽂히면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그 이야기만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깊이는 전문가 수준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 반복적인 행동 (상동 행동):
특별한 이유 없이 손을 흔들거나, 몸을 앞뒤로 흔들거나, 특정 단어나 문구를 반복하는 등의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감을 얻기 위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 정해진 절차와 동일성 고집:
매일 같은 길로만 다니려 하거나, 음식을 특정 순서로만 먹거나, 가구 배치가 바뀌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등 예측 가능한 자신만의 루틴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 특정 감각에 대한 과민/둔감 반응: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 특정 소리(청소기 소리 등)나 빛, 냄새, 질감에 매우 고통스러워하거나, 반대로 아픔이나 온도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는 등 감각 정보 처리에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온라인 테스트는 참고만 하세요)
인터넷에 떠도는 '아스퍼거 테스트'나 체크리스트를 해보며 불안해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임상심리전문가 등 전문가와의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온라인 테스트는 단순히 '가능성을 점검'하는 수준일 뿐, 절대 진단 도구가 될 수 없습니다.
⚠️ 자가진단은 절대 금물입니다!
부정확한 자가진단은 불필요한 불안과 낙인을 유발하고, 정작 필요한 도움을 받을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전문가를 찾으세요.
전문적인 진단 과정은 보통 다음과 같은 절차를 포함합니다.
- 심층 면담 및 발달력 평가:
본인 및 보호자(특히 어린 시절을 아는)와의 면담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성장 과정, 사회적 관계, 의사소통 방식 등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수집합니다. - 표준화된 진단 도구 사용:
전 세계적으로 신뢰성을 인정받는 ADOS-2(자폐 진단 관찰 스케줄), ADI-R(자폐 진단 면담지) 등의 도구를 사용하여 행동을 관찰하고 상호작용 패턴을 평가합니다. - 종합 심리 검사:
지능, 주의력, 사회성숙도 등 다른 영역의 기능 수준을 평가하고, ADHD 등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종합적인 심리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전문가는 한 사람의 어려움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신중하게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진단이 두려우신가요? 진단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인 이유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명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고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인생에 큰 꼬리표가 붙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단은 끝이 아니라, 진짜 나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삶을 향한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입니다.
진단은 더 이상 남들의 기준에 나를 억지로 맞추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을 줍니다. 내가 왜 그토록 사회생활에 에너지를 쏟아야 했는지, 왜 다른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어려웠는지를 설명해 주는 '나만의 사용 설명서'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이 설명서를 바탕으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지(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 정직함, 뛰어난 집중력 등) 발견하고, 약점은 어떤 전문가의 도움과 훈련을 통해 보완해 나갈 수 있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막연한 자책과 씨름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네, 물론입니다. 최근에는 어린 시절에는 그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거나 '조금 특이한 아이' 정도로 여겨지다가, 복잡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성인기에 이르러 어려움을 느끼고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경우가 매우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니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핵심 증상 자체를 없애는 약은 아직 없습니다. 이는 '치료'해야 할 병이라기보다는 뇌의 다른 '유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로 인해 동반되기 쉬운 우울, 불안, 강박, 주의력 문제 등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지능 지수(IQ)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평균 혹은 평균 이상의 높은 지능을 가진 경우가 많으며, 언어 발달이 정상적이었던 경우 과거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불렸던 것입니다. 사회성과 지능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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